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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주민 동의 없으면 발전소·송전탑 못 세워

[에너지민주화시대를 열자] (7)대화, 이렇게 제안한다
독일·네덜란드 전문가 '공권력 투입 이해 못 해
'공청회·견학 프로그램 통해 주민과 소통 강화
발전시설 입지조건 엄격, 사전조사도 철저히
수익 일정비율 지역 환원하며 민원·갈등 해결

표세호 기자 po32dong@idomin.com 2017년 10월 11일 수요일

"갑자기 들어서는 일은 없다. 밀어붙이는 일은 없다."

독일에서 만난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는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하느냐?'라는 거듭된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만난 시민단체, 재단, 협회, 에너지기업, 은행, 정부 관계자들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들은 발전소·송전선로 계획을 추진하는데 저항하면 '공권력을 투입한다'는 우리나라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답변을 요약하면 대화, 토론, 설득이다.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우리나라 현실과 민주주의가 앞선 나라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생길 갈등을 푸는 해답은 간단하고 명확했다.

하물며 물고기나 새들의 서식환경까지 따지는 제도가 뒷받침돼 있다는 답변에서는 말문이 막혔다. 독일과 네덜란드 에너지 전문가들은 에너지 민주주의를 위한 전제조건인 '대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찬성 집회./연합뉴스

◇파비안 요아스(독일 아고라 에너지전환포럼 연구원)

신재생에너지 찬성률이 높아 마찰은 미미하다. 지역민 선호도가 높은 곳일수록 풍력발전단지를 더 크게 짓는다.

(풍력발전 건설 갈등은?) 새떼, 소음, 그림자 발생인데 거주지와 풍력발전소 간 일정거리를 띄워야 한다. 지형에 따라 풍력발전기 높이의 최대 10배까지 떨어진 곳에 짓도록 한다. 풍력발전 수익을 일정비율 지역에 환원해 갈등을 잠재운다.

초고압 송전선로 문제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입지선정이 까다롭다. 주민 동의가 없으면 세울 수 없다. 조류보호종이 서식하는 지역에 세울 수 없도록 법제화돼 있다. 지금 방식은 작은 발전소를 여러 개 지어 연결망으로 공급한다.

신고리 원전 반대 단체가 개최한 집회 모습. /연합뉴스

◇마르타 카이저(독일 풍력에너지협회 홍보담당)

정보사무소 열고, 가두홍보 행사를 한다. 누구에게나 자료 공개하고, 누구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한다. 공청회를 정기적으로 열어 주민과 대화한다. 현장답사를 해서 주민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설명도 한다. 사업권을 가진 업체가 마음대로 짓는 것이 아니다. 대화와 설득 여러 방법에 따라 사업을 진행한다.

(갈등 사례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반대나 시위도 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직접 많이 만나서 대화와 설득으로 추진한다. 풍력발전이 들어서고 견학 등 관광수입이 더 늘어났다는 지표와 자료를 제시해 주민들을 설득한다.

팀을 꾸려 전략을 논의하고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한다. 지역마다 다른 피해사례를 수집한다. 풍력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그래픽 등으로 소개한다. 풍력 때문에 아프다고 하면 의학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지만 설득하는 전략으로 접근한다.

야생동물 이동경로를 파악해 피한다. (예를 들어) 어쩔 수 없이 지을 때에는 박쥐 등 동물이 활동하는 시간대에 가동을 피한다. 생태학자가 연구한다. 일조권 보호를 위해 계절별, 시간대별 사전조사를 철저히 해서 집에 그림자가 가리지 않는 것을 파악한다.

풍력발전으로 피해를 본 게 밝혀지면 보상해준다. 야간에 충돌방지를 위해 깜빡이는 빛 공해 민원이 있으면 '비행물체가 근접할 때만 발광'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터빈 시각적 효과를 위해 유선형으로 개발했다. 어느 날 갑자기 들어서는 일은 없다. 밀어붙이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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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융(독일 겔젠키르헨 사이언스 파크 총괄책임자)

(태양광발전 설치 갈등은?) 거의 없다. 협동조합 형태로 주민들이 동의한 것이다. 생산된 전력이익이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대규모 단지를 건설할 때는 기업과 주민 간 합의가 돼야 사업을 신청할 수 있다. 주민이 시민운동과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정부정책과 기업활동을 감시하고 목소리를 내면서 에너지 전환을 발전시켜 나간다.

◇다니엘 자게(독일 풍력발전기업 베스트팔렌 빈트 홍보담당)

(풍력발전 건설 갈등은?) 이격거리로 소음 피해는 없지만 반대 의견은 경관을 해친다는 의견 정도다.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면서 지금은 만족하고 있다. 풍력발전을 통해 이익이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 농경지에 발전기 그늘 때문에 문제가 된 적은 없다. 1년에 30분 그늘이 지는 것은 허용하지만 그 이상이면 안 된다.

농지 소유자들끼리 분쟁을 없게 한다. (자기 땅에 유치하려는) 핌피현상을 막고자 발전기 1기를 세우면 주변 땅 주인 6명에게도 임대료를 지급한다. 발전기 공급 케이블을 지하에 매설, 송전선로 동의를 받기 쉬워진다. (땅을 매입하지 않고 임차하는 이유는?) 넓은 땅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농장주도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

◇니코 로머스(네덜란드 조력발전기업 토카르도 생산본부장)

(조력발전에 따른 어장 피해 민원은?) 발전기 터빈에 물고기가 끼일 확률은 매우 낮아야 한다. 법적으로 터빈을 설치하려면 물때에 따라 이동하는 물고기와 부딪힐 확률이 0.01% 미만이어야 하는데 검증에 성공했다. 물고기들이 새로 설치한 구조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로 조사됐다.

조류 흐름에 영향을 주는 댐이 아니라 물에 떠 있는 플로팅시스템이다. 터빈은 조수간만차를 이용해 돌아가는 것이지 강제적으로 돌리는 게 아니어서 조류 속도 등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안전성 문제에 대해 방문신청하면 현장에서 설명을 해준다. 모두에게 열려 있다.

◇네덜란드 경제부 에너지 분야 관계자

정책 수립할 때 전문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 노동자를 초청해 합의를 한다. 합의할 때 정부가 나서는 게 아니라 자문위원회에서 합의의 장을 만든다. (송전선로 갈등?)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하면 반대하는 사람들을 초대해 토론한다. 결정절차에 따라 토론하고 협의한다. 성공할 때까지 시도한다. 절차를 거쳤는데, 안 되면 법정까지 간다.

(해상풍력단지 어업 민원?) 짓기 전에 어업협회 등과 같이 연구하고 어떻게 지을지 토론해서 결정한다. (에너지정책을 수행하는 데 가장 힘든 점은?) 그런 거 없다. 토론하면 된다. <끝>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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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세호 기자

    • 표세호 기자
  • 시민사회부에서 일합니다~ 데스크를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