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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야구 역사 차곡차곡 써내려가는 '사관'

[체육인]경남야구소프트볼협회 공식기록원 김리원 씨
야구 경기 접한 지 6년째 비선수 출신이라도 가능
규칙·기록법 등 반복 학습
"똑같은 타구 하나도 없어…매번 새롭기에 재미있다"

강해중 기자 midsea81@idomin.com 2017년 07월 17일 월요일

야구는 기록 스포츠다. 어느 팀이 승리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몇 경기 출장, 홈런·도루·안타 몇 개 같은 것에 야구팬들 시선이 집중된다. 프로야구는 KBO(한국야구위원회) 기록원이 경기마다 모든 선수의 활약과 성적을 꼼꼼히 남긴다. 이 기록은 하나의 역사이고, 기록원은 야구의 역사를 쓰는 '사관'인 셈이다.

그렇다면 경남 아마야구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은 누구일까. 김리원(33·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다. 3년째 경남야구소프트볼협회 공식기록원을 맡고 있는 그는 야구를 접한 지 6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가 6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야구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핵심적인 일을 하게 됐는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기록원이 됐을 텐데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나요?

"야구를 본 지는 6년밖에 안 됐어요. 그전까지는 야구라는 스포츠를 전혀 몰랐죠.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요. 2011년 4, 5월쯤 부산 사직야구장에 롯데자이언츠와 LG트윈스 경기를 보러 간 게 처음이었어요.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던 시기였어요. 친한 언니가 '야구장에 가보자'고 권했어요. 사직 가면 스트레스 많이 풀린다고. 재미있더라고요. 응원하는 게 신나고 남 눈치 보지 않고 춤도 출 수 있고, 고함도 지르고. 이후 가끔 야구장에 갔어요."

- 팬으로서 야구를 즐기는 걸로도 충분한데 어쩌다 기록원까지 하게 됐나요?

"우연한 기회였어요. 야구 보기 시작한 지 2, 3개월 정도 됐을 때였죠. 사회인야구팀의 매니저를 얼떨결에 맡게 됐어요. 매니저가 해야 할 일이 기록이라는 거예요. 룰도 제대로 모를 때라 당황했죠. 인터넷을 뒤져 하루, 이틀 동안 야구기록법을 찾아서 달달 외웠어요. 그러고 나서 경기에서 선수들이 치면 치는 대로 안타, 2루타 기록했죠. 그게 기록은 처음이었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기록이 아니라 '그리기' 수준이었어요."

- 야구기록원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네요.

"그때는 크게 부담이 없었어요. 대가를 받고 하는 게 아니라 매니저로서 해야 한다니 봉사 개념으로 하는 거였으니까. 야구팀 감독님이 어차피 하는 거 용돈벌이나 하라면서 사회인 야구리그를 소개해줬어요. 대가를 받고 하니까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그래서 야구기록 공부를 시작했죠."

- 본격적으로 기록법을 공부한 건가요?

"2013년이었어요. 거제에서 KBF(국민생활체육전국야구연합회) 기록위원장이 기록법 강의를 한다고 해서 2박 3일 수업을 들었어요. 이듬해에는 KBO에서 진행하는 전문기록원 과정을 수료했고요. 이후에는 매년 KBA(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각 협회 소속 기록원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 KBO 기록강습회에서 수업을 들어요. 1년에 한 번씩 들어야 안 잊어버리니까요."

- KBO 전문기록원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KBO 전문기록원 과정은 야구기록과 규칙을 중심으로 기록 업무에 필요한 경기 규칙과 야구기록법을 가르쳐주는 수업인데요. 4주 동안 토·일요일에 수업을 하는데 총 40시간 과정이에요. 과정을 마치면 시험을 쳐요. 거기서 기준 점수 이상이면 1급, 2급 등급인증서를 줍니다. 저는 운이 좋아서 첫해 2급을 땄어요."

- 등급인증서가 있거나 선수 출신이어야 기록원을 할 수 있나요?

"아니요. 없어도 기록원을 할 수 있어요. 심판은 100% 선수 출신이지만, KBO 기록원은 대부분 비선수 출신이에요. 야구장에서 선수 출신이 아닌 사람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이죠."

- 현재 경남야구소프트볼협회 공식기록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게 됐나요?

"여기서 일한 지 3년 정도 됐어요. 사회인 야구리그 기록원을 할 때 심판 한 분이 경남야구소프트볼협회 심판이었거든요. 어느 날 NC에서 주최하는 야구대회에 기록원이 올 수 없게 돼서 하루만 기록을 해달라고 부탁하셨죠. 그 일로 인연이 닿았어요."

- 안타성 타구를 기록원이 실책으로 표기하는 경우 성적에 예민한 선수나 코치진의 항의를 받기도 한다던데 그런 일은 없었나요?

"KBO 기록원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중요한 기록을 앞두고 그런 일이 있어 선수가 방망이를 들고 기록실로 들이닥친 적도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아직 그런 일을 겪어보지 않았어요. 안타와 에러를 결정하는 건 기록원 고유 권한임을 우리 지역 감독님들은 잘 아시고 인정해주세요."

- 기록 업무는 어렵지 않나요?

"모호한 상황이 발생하면 고민을 하게 되죠. 야구에서 비슷한 타구는 있지만 똑같은 경우는 단 하나도 없어요. 타자, 투수도 다르고 수비 위치, 환경도 다 달라요. KBO 기록원들은 경기 전 풍향, 풍속, 날씨 등을 고려해요. 예를 들면 플라이성 타구를 놓치는 경우 실책을 줄 수도 있지만 바람이 강해서 못 잡았다고 판단하면 안타로 기록하기도 하거든요."

- 그래서 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군요.

"맞아요. 매번 새로워요. 어려워서 더 재미있어요. 완벽하게 내 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금방 지루해질 수 있는데 볼 때마다 새롭고 모르는 게 계속 나오니까 야구 보는 게 더 재미있어요. 기록을 하지 않았으면 벌써 야구에 흥미를 잃었을지도요. 제가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거든요."

- 언제까지 기록원 활동을 하고 싶은가요?

"야구를 남들보다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일이에요. 야구 보는 데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수당이 적어 KBO 기록원이 아닌 이상 직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에요. 저도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고요. 지금 마음으로는 좋아하는 야구를 보면서 할 수 있는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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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중 기자

    • 강해중 기자
  • 경남도민일보 문화체육부(체육 담당) 기자입니다. 휴대전화는 010-9442-1017입니다.